[결혼-ing] 상견례도 쉽지 않구나
결혼의 과정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상견례.
각자의 가족들과 만난 이후 곧바로 상견례를 계획했다.
준비 START!
→ 참석자 확정 / 가능한 날짜와 시간 조율해서 정하기
→ 장소 예약하기(가능하다면 미리 한번 가보기)
→ 상견례 초대장 만들고 배포(선택사항)
→ 메뉴 예약 및 식당과 조율하며 준비
→ 기타 필요한 물품 준비(무알콜와인, 떡케이크) + ppt 제작 및 발표 준비
우리는 결혼식 없는 결혼을 하는 중이라 이 "상견례"가 가장 큰 이벤트였다. 준비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선택의 연속이었고, 보태보태병에 수십 번 걸렸다 나아지길 반복했다.
1. 참석자
우선 참석자를 정하는 것부터 고민이 되었다. 부모님만 모시고 할지, 형제/자매를 포함한 가족들을 모아서 할지, 더 넓은 범위의 가족들을 초대할지? 를 결정해야 했다.
우리는 부모님만 모시는 것보다는 형제자매가 함께하면 조금 덜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결혼식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의 가족을 볼 수 있는 날이 없기에, 가까운 가족 구성원들(부모님과 형제/자매까지만) 중에 시간이 되는 분들을 모아 자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2. 장소
메뉴는 한정식으로 비교적 쉽게 결정했다. 중식당이나 고깃집도 괜찮지만 양가 가족들 모두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한정식 집을 알아보았다. 식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위치, 주차의 용이성, 메뉴, 가격대가 복합적인 고려 대상이었다.

◆ 위치
가족들이 경기도 사방에 넓게 퍼져 살고 있어서, 중간쯤으로 보이는 서울에 위치한 식당으로
◆ 메뉴 및 가격대
인당 5만 원 내외의 합리적인 코스요리
◆ 분위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 기타 고려사항
주차가 편한지, 음식 맛이 좋은지, 직원들이 친절한지
이 부분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식당을 결정하였고 한 달 반 전에 예약을 완료했다. 룸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원하는 일시에 예약은 미리미리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견례를 평일 점심시간으로 잡았더니 인당 2만 원의 런치코스도 가능해서 런치코스에 단품 요리를 추가하기로 했다.(결과적으로는 충분히 배부르고 맛있게 즐겼다.) 또 이곳의 좋은 점은 콜키지프리가 가능한 점, 룸차지가 따로 없는 점이었다.
하지만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이 아주 큰 단점이었다.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식당이어서 주차가 건물 지하의 한 개 층만 가능했고 그마저도 스무 대 조금 넘게 가능한 것 같았다. 우리가 준비한 행사에 모시는 손님들이 주차비를 내게끔 하고 싶지 않았으나, 식당 자체는 이곳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기에 일단 예약을 했다.
그리고 직접 한번 식당을 방문해 보았다. 우리가 방문할 예정인 평일 점심시간에 맞춰 가서 마음에 걸렸던 주차공간을 체크해 보았는데, 역시나 금방 만차가 되어버려 주차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며 저렴하고 넓은 공영주차장을 파악했고 이 공영주차장을 가족들에게 미리 안내해 주었다.
3. 준비물
굉장히 어색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것을 깰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해야 했다.

◆ 식전주
나는 어색한 첫 만남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식전주로 먹을 무알콜 와인도 준비해 갔다. 콜키지 프리인 식당이었기에 와인잔도 준비해 주시고 칠링도 해주시고 심지어 와인 오픈도 해주셔서, 너무나 만족했던 서비스였다.
◆ PPT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결혼식을 안 하기로 결정한 이유, 앞으로의 계획 등등 가족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담아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상견례 당일에 자리에 앉자마자 모든 사람이 잘 보이게끔 노트북과 보조모니터를 세팅을 하고,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10분 뒤에 음식을 내어달라고 말씀드렸다. 발표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눈치볼것 없이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가족들 사이의 이야깃거리가 생기게도 했다. 상견례 때 간단한 발표준비 대대대 추천이다.
◆ 떡케이크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인지상정이기에 꽃모양 디자인이 올라간 떡케이크를 준비해 갔다. 혹시 몰라서 식당에 미리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먹어도 된다고 하셨고, 상견례 당일에도 식사 마친 후 상도 깨끗이 정리해 주시고 포크와 앞접시도 세팅해 주셨다.
양가 식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던데, 우리는 이전에 양가 집안에 인사드릴 때 과일 선물을 하기도 했고, 선물을 알아보니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 같아서 많은 고민 끝에 식사 대접만 제대로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보다 즐겁게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의외로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손품, 발품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끝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결혼식은 이보다 한 열 배는 더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갈 텐데, 결혼식 안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날,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던 한식당에서 가족들과 식사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