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여행에서 꼭 넣고 싶었던 일정, 배를 타고 밴쿠버 섬에 가는 것이었다.
# 준비
- 페리 예약
온라인으로 페리 예약을 하기로 했다.
밴쿠버 섬으로 향하는 대표적인 루트는 두 개가 있는데
- 츠왓슨(Tsawwassen) ↔ 빅토리아와 가까운 스왓츠 베이(Swartz Bay)로 향하는 것
- 호스슈 베이(Horseshoe Bay) ↔ 나나이모와 가까운 디파쳐 베이(Departure Bay)로 가는 것.
1번으로 들어갔다가 2번으로 나오는 걸로 예약을 했다. 우리는 성인 2명이고 차를 배에 실어서 갔는데, 갈 때 100불, 올 때 75불, 총 175불(캐나다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성인 한 명당 18불이고, 나머지 비용은 연료비, 승용차 싣는 비용이었다.
Connecting the Coast | BC Ferries
Safely connecting people and places important in their lives.
www.bcferries.com
- 숙소 예약
가고 싶은 두곳, 빅토리아와 토피노는 거리가 꽤 있어서 당일치기로는 어려울 것 같았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알아보니 역시 1박에 100불이 훌쩍 넘어간다. 특히 토피노 쪽은 관광지여서인지 숙박비가 꽤 높은 편이다.
비용 절약을 위해 애매하게 2박을 하기보다는 확실한 1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배편을 예약하게 되었다. 1일 차 아침 일찍 섬으로 들어가서 2일 차 밤늦게 나오는 계획이었다. 이 시간대로 배편을 알아보니 뱃삯도 조금은 저렴해서 여러모로 경비를 줄일 수 있었다.
우리의 숙소는 포트알버니라고 하는 작은 항구도시 인근이었는데 섬의 중간쯤에 위치한 곳이어서 우리의 동선에 딱 알맞았다. 침구류가 매우 편안했고 요가매트, 책, 보드게임 등 힐링을 위한 아이템들이 모두 갖춰져있어서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만족도가 높았던 숙소였다.
# 코스
빅토리아 - 던컨 - 숙소(포트알버니) - 맥밀란주립공원 - 토피노 - 롱비치 - 나나이모
1박2일인데...
빅토리아에서부터 토피노를 간다는 계획에는 나의 욕심이 득실득실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여행에 욕심도 없고 편하게 다니자는 생각이 컸는데, 밴쿠버 섬을 알고 나서는 정말 오랜만에 여행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밴쿠버 섬 여행을 떠나는 전날에는 세부 계획도 요리조리 짜보면서 설레었다.
# 출발
페리는 정말 넓고 쾌적했다. 배 자체 규모가 굉장히 커서 차들이 층층이 꽉 들어섰다. 주차를 하고 배 위로 올라가 보니, 큰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좌석도 굉장히 많고 화장실을 비롯해 모든 곳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하기도 했고, 설레는 마음에 가족,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헤드셋을 낀 채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온도는 약간 쌀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떠들며 만드는 소음이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우리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을 청했다.
# 빅토리아
배에서 내리자마자 쭉 아래로 달려갔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주도인 빅토리아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흐렸던 날씨가 내려가면서 점차 개기 시작했다.
우리가 밴쿠버 섬에 들어간 이날은 빅토리아 데이라고 하는, BC주의 공휴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빅토리아에서는 일부도로의 차량을 통제하고 행사도 하고 있었고 복작복작한 느낌이었다.
비콘힐파크는 넓기도 한데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내려가면 달라스도로가 나오는데 해안을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였다. 벤치에 앉아서 햇살을 쬐보기도 하고, 바다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 맥밀란주립공원
2일 차의 시작. 느지막이 일어나 체크아웃을 하고 맥밀란주립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짧은 평지 산책코스인데다가 육지에서와는 또 다른 종류의 식재들이 우거져서 볼만했다. 특히 이곳에서 가장 큰 나무인, 자이언트 더글라스 소나무가 인상적이었다. 800살이 넘은 이 친구는 밑둥 두께가 엄청나게 두꺼웠고 키는 76m에 달한다고 한다. 같이 사진을 찍으니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 첩첩산중
포트알버니에서 토피노로 가는 길은 딱 하나이다. 길이 막히진 않지만 거리가 멀고 똑같은 산길만 굽이굽이 가는 거라 꽤 지루하다. 한국 라디오로 따분함을 물리치면서 가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뚝뚝 끊기더니 결국 반응이 없고, 현지 라디오도 지지직 거리며 잡히지 않는다. 전화, 인터넷 모두 먹통이 되어버렸다.
구글 내비게이션만 유지되어서 그것에만 의지해 계속 달렸다. 오가는 동안 다행히 차가 잘 버텨주었는데, 이 길에서 차가 퍼지면 보험사에 전화할 길도 없고 정말 난감하겠다.
CD에 좋아하는 노래를 왕창 구워서 가거나(CD 재생이 가능한 차라면), 음원을 다운로드하여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타코피노
달리고 달려서 뭔가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나는 동네까지 도착을 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비치에서 노는 듯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 곧장 타코피노로 향했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줄을 서서 주문을 했다.
타코도 맛있었는데, gringas라고 하는 저 메뉴가 감동적인 맛이었다. 타코는 프레시한 느낌이라면 gringas는 치즈가 들어가 입안 가득 고소, 느끼, 풍성한 맛이었다.
그리고 논란이 되었던 음료의 이름. 주문하기 직전까지 자리토스냐 하리토스냐 야리토스냐 로 싸우다가 자리토스로 주문을 해버렸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할라피뇨랑 같은 케이스로, 하리토스가 정답이었다.
# 토피노
토피노에서 잠시 산책을 했다. 저런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토피노를 전체적으로 구경할 수 있는 투어도 있고, 고래를 보러 가는 웨일투어도 있는데 고래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맥켄지 비치를 들렀다 롱비치로 향했다. 롱비치에 앉아서 몇몇의 서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일광욕을 했다.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 웃통 벗고 자전거 타는 사람, 파도를 즐기는 사람, 그리고 나는 해변에 앉아서 치토스 먹는 사람.
원래 롱비치에서 서핑을 배우는 것도 계획에 집어넣으려고 했었는데, 일정도 빠듯했고 5월 중순의 날씨는 아직은 좀 추워서 포기했다. 백사장의 모래가 부드럽고 고왔는데 물가 근처는 파도에 다져져서인지 바닥이 충분히 단단했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모래의 물결무늬가 아름다웠다.
# 나나이모
밤 10시 40분 출발하는 배편이라서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저녁은 중간에 팀홀튼에 들러 간단히 해결하고, 나나이모에 도착한 뒤 가볍게 밤산책을 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고 운치가 있었다.
이제 밴쿠버로 돌아가자~ 홈 스윗 홈!
결론, 밴쿠버 섬을 충분히 즐기려면(토피노 쪽만 즐긴다고 해도), 적어도 2박으로 하자. 3박이면 더 좋고!
토피노를 다시 한번 갈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것,
- 맥켄지비치 옆 리조트에서 묵기
- 자전거 렌트해서 달리기
- 롱비치에서 서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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